프로토스가 너프가 된다는 루머들이 돌고 있습니다. 11가지가 바뀐다는 등 꽤 그럴듯한 얘기들까지 나오고 있고, 한국 프로 게이머들은 거의 확실시까지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프로토스가 프저전이나 프테전에서 사실 그리 딱히 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밸런스 붕괴라고 당연하듯이 말하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너프 루머를 당연하게 믿는 것도 그렇고, 이런 것들을 보면 인간 군상이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본인들도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알고 있음에도 자신까지 속여가면서 거짓말들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거든요. 아니면 너무 오랫동안 그래와서 이제는 자신의 거짓말에 자신까지 속아넘어갔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뭐 안그런 사람이 있겠냐마는 하지만요.
테란이나 저그 프로 게이머들 중에는 프로토스가 그렇게 강한지 모르겠어서 이번 토스 너프 루머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내에도 있고 외국에도 있죠.
그리고 사실 이게 맞는 의견인게 예를 들어 세랄의 저프전을 보면 상당히 가난하게 운영하면서도 토스와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밀리지 않는 경기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박령우도 비슷한 가난한 운영을 하면서 현재 프로토스 원탑이라고 불리는 김도우 선수를 잡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었구요.
(참고 1. 저그의 경우에 있어서의 가난한 운영은 타종족과 같은 멀티수나 같은 일꾼수를 가지고 싸우는 상황을 말합니다.)
(참고 2. 세랄의 경우는 토스의 초중반이 상당히 까다롭다고 말하고 후반은 확실히 저그가 좋다고 말하고 있으며 박령우의 경우는 음… 몇년째, 진심으로 토스가 사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두 선수의 토스전 승률은, 세랄은 닙 이외에는 최근 1년간 프로토스에게 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며, 박령우의 경우는 대 프로토스 전에서 80퍼센트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
(참고 3. 테란 게이머 중 전태양의 경우는 저그가 더 사기인 것 같다고 말하고 있으며, 이신형의 경우는 토스 사기다 저그도 토스보다야 아니지만 사기다, 어윤수의 경우는 토스 사기다 테란은 할만하다 정도로 말하고 있구요.)
보통 저그는 다른 종족보다 베이스를 0.5개 정도 앞서 있어야 5:5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개념인데, 같은 베이스를 먹고서 5:5 운영이 가능하고, 또 국내에서 이른바 멸뽕에 저그들이 갈려나갈 때를 봐도 사실 2베이스 올인 프로토스 vs 3베이스 저그의 구도였거든요.
상대방의 2베이스 올인에 3베이스를 먹은 종족이 지는 건 밸런스 붕괴라고 말하기엔 좀 힘듭니다. 프로토스의 특성상 조합이 깨지고 안깨지고에 따라 병력파워가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에 간발의 차로 조합이 깨지지 않은 프로토스가 그냥 보기에는 저그롤 너무 일방적으로 이기는 것처럼 보여서 더 밸붕이라는 말들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또한 저그가 정찰을 할 수 있었음에도 대군주 1기를 살리기 위해 정찰을 포기하는 바람에 올인 타이밍을 눈치채지 못하고 패하는 경기도 꽤 많았구요.
그리고 김대엽이나 주성욱, 김유진과 같이 전통적인 토스 강자라고 불리던 3인방이 나란히 토스 선수들의 강세 속에서 상당히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반면에 김도우를 제외하면 그간 s급은 아니라고 평가받던 조지현이나 남기웅 조성호 같은 경력면에선 신인인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는 것을 보면, 현재 프로토스의 플레이 스타일이 급격하게 바뀌면서 게임스타일을 빨리 바꿀 수 있는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즉 곧 대처법이 자리잡히게 되면 후반이 모든 종족 중 현재 가장 약체라고 평가받는 프로토스가 갑자기 폭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토스를 너프하게 되면 분명히 또 다른 부분에서 버프가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 저그의 점막과 여왕 수혈 너프로 인해서 올해엔 땅굴망 버프가 있었고 테란의 사이클론 너프로 인해서 올해엔 테란의 염차 사이클론 플레이가 새롭게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게임 양상들이 상당히 많이 바뀌게 되었는데, 과연 올해 메타가 작년 메타보다 더 재미있던가요? 작년 밸런스보다 올해 밸런스가 더 나은가요? 확실히 물음표가 나올 수 밖에 없는데, 만약 이번에 루머처럼 토스가 너프되게 된다면, 내년도 올해보다도 더 나빠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 루머처럼 단순히 토스의 너프가 아니라 현재의 게임 양상을 바꾸는 패치라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건 또 나오는 패치 내용을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엔 밸런스팀이 실제 밸런스에 관심이 있다기보단 게임 양상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데 더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 같거든요. 요즘 이스포츠의 트렌드에 맞게 좀 더 짧은 시간에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경기들이 나오길 바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땅굴망이라든지, 토스의 초반 버프라든지 등을 한 것 같구요.
그렇다면 이번주 토요일에 있을 박령우와 남기웅의 gsl 4강전 결과는 어떨까요? 전 일단은 반반이라고 보는데, 남기웅의 스타일리쉬한 스타일이 박령우에게 어쩌면 먹힐 수도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토스라면 모르겠지만, 남기웅이라면 7전제라는 부담은 좀 있지만, 적어도 조지현의 경우처럼 원사이드한 경기가 나오진 않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전 남기웅보단 조성호가 더 걱정이 되는군요. 조성호가 박령우에겐 인간상성상 위이긴 한대, 이번 gsl 에선 유독 그 인간상성의 반대되는 결과들이 많이 나온 것 같았거든요. 특히 어윤수 대 백동준의 경기 때도 그렇고 어젠가 있었던 조성호 대 김도우 경기도 그렇고 뭔가 좀 싸했는데 결국 그런 예감은 틀리질 않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