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막 넓히는 게 어렵다, 여왕 부화장 펌핑이 어렵다의 2가지 이유가 가장 흔히 드는 이유인데, 사실 실제로 해보면 그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펌핑하고 점막 넓히고 병력 찍고 대군주 찍고. 이 네가지 패턴의 반복이기 때문에 조금 해보면 그럭저럭 생각보단 쉬우니까.
그리고 저그란 종족의 특징상 병력 찍기가 쉬워서 초보자들도 의외로 다른 종족을 할 때보다 인구수 채우기가 쉬워서 곧잘 하기도 한다. 일단 부화장 하나에서 모든 병력이 나오다 보니 위의 펌핑 점막 병력 대군주 이 4가지 패턴만 기계적으로 하다 보면 어느 정도 티어를 올릴 수 있는 것도 이 때문.
하지만 어느정도 티어가 올라가고 판수가 쌓이다 보면 알 수 없는 피로감이 몰려오는데, 다른 종족으로 플레이할 때는 느낄 수 없는 뭔가 상당히 힘든 느낌. 이겨도 이런 느낌이 온다. 타종족은 이기면 별로 피로감은 없는 데에 반해.
이유는 사실 점막이나 여왕 펌핑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건물을 지을 때마다 무조건 일꾼 한기씩이 들어간다는 것. 프로토스는 당연히 그런 문제가 없고, 테란은 건물 지을 때까지 건설로봇이 붙어 있어야 하지만 그 대신 아무대나 건물 지을 수 있고 지게로봇도 있기 때문에 일꾼 관리 문제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운데 말이다.
건물 지을때마다 일꾼 한기씩이 들어가는 건 의외로 놓치는 저그의 플레이를 어렵게 하는 가장 큰 단점인데, 단순히 펌핑과 점막까지만 하는 건 그나마 하겠지만, 여기에 더해서 건물 하나 지을 때마다 일꾼 한기씩 또 찍어서 부화장 최적화를 맞춰 주기까지 해야 하기 때문. 펌핑 점막 일꾼 생산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놓치면
- 점막이 없어서 교전마다 손해를 보고 무난히 진다
- 펌핑이 안되서 병력이 부족하여 무난히 진다
- 일꾼 최적화가 안되서 딱히 피해 안입어도 저절로 게임이 져있게 된다
이 세가지 일이 차례대로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유난히 타종족 대비 높은 피로도도 바로 여기서 오는 것. 나도 저그가 주종이긴 하지만 아직도 잘 안되는게 바로 일꾼 최적화다. 점막이나 펌핑이야 기계적으로 하게 되는데 건물 지을대마다 일꾼 소모되는 것까지 즉각즉가 보충해 주어야 하는 건 아직도 적응이 안됨.
이게 얼마나 힘든지 체감하게 되는 것은 바로 타종족을 플레이할 때. 프로토스나 테란을 하면 화면 맨 위 우측에 마우스를 갖다 대서 일꾼수 체크하는 걸 거의 할 필요가 없다는 것에 스스로 놀라게 된다. 후반에 일꾼수 조절할 때 한번 정도 체크해보는 게 다다. 그냥 자연스럽게 일꾼 최적화가 베이스 늘어날 때마다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잘 맞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것들 때문에 테란이나 프로토스는 자기 기지를 별로 보지 않아도 되지만 저그는 게임 내내 견제가 들어오지 않아도 계속 자기 기지 쪽을 주기적으로 체크해줄 수 밖에 없는 것. 앞만 보고 달려도 되는 것이 테란이나 토스라면 저그는 앞을 보고 달리면서도 계속 뒤를 봐줘야 한다는 것.
이런 것들 때문에 같은 시간 게임을 해도 저그는 더 힘들고 심지어 게임을 이겨도 그다지 기쁘지도 않게 된다. 다른 종족이 “ㅎㅎ 이겼다” 라는 감정이라면 저그는 “후… 이겼네…” 라는 정도의 차이.
그래서 초보자에겐 절대 저그를 추천하지 않는다. 과거엔 저그를 추천하긴 했었는데, 지금은 완전 생각이 바뀌 편. 초보자에게 종족을 추천하라면 테란을 요즘은 추천하는 편. 바이오닉이 부담된다면 컨트롤이 쉬운 사이클론과 화염차만 써도 충분히 재밌고, 자신보다 실력 좋은 유저들도 충분히 농락할 수 있다.
토스의 경우는 아케이드나 분열기 등으로 넘어가기 전에는 그럭저럭 쉽게 할 수 있지만, 그 전이라도 개념적인 면을 잡기가 상당히 어려워(예를 들어 수정탑 하나의 위치도 중요하고, 상대 병력에 따라 내 조합을 짜고 건물을 올리는 개념을 잡는 것도 단기간에 될 수 있는 게 아닌데, 그 개념 잡기 전까진 아무것도 못해보고 진다.) 초보자에게 추천하기는 좀 꺼려지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