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갑자기 라떼를 부쩍 많이 먹기 시작했다. 원래 집에 매주 1리터씩 오던 우유가 세통 쌓여 있고, 한통은 상해서 버려야 했길래,
그래 오랜만에 라떼란걸 만들어 먹어보자 하고 작정하고 요 며칠새 하루에도 라떼를 몇잔씩 만들어 먹었거든.
원래는 귀찮아서 안 만들어먹고 그냥 에스프레소 롱고만 주구장창 먹다가 그렇게 되었는데, 또 다시 한번 만들어먹기 시작하니깐, 또 라떼에 빠져버렸단 말이지.
아무튼 그래서 산처럼 쌓여있던 우유가 동이 났고, 멸균우유 예전엔 쟁여놓고 먹었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없어서 집에 우유가 한방울도 없는 사태가 발생.
그런데 아주 예전에 사둔 전지분유는 있었다, 그래서 그걸로 환원유 만들어 먹으면 맛은 어떨지, 그 환원유로 스팀우유 만들면 라떼가 잘 될지 그 후기이다.
원래는 인터넷 후기들을 한 30분, 넘게 검색해보고 멸균우유 주문하느라 또 한시간쯤 이것저것 요즘 뭐있나 보면서 고민하다 보니깐,(그렇게 해서 결국 결정한건 이거다)
(업데이트: 3.8퍼센트 저 우유 받아서 라떼 만들어봤다, 스팀우유 거품이 전지분유로 만들면 1, 저지방우유로 만들면 2 정도 깊이로 나온다면, 저 3.8퍼센트 우유로 한건 한 4 정도 깊이는 나오는것 같다. 즉 우유거품, 즉 밀크폼이 2배로 두껍게 만들어진다.)
그냥 전지분유 집에 있는거 그거 해서 지금 라떼 내리면 빠릿하게 하면 몇분 안걸리겠길래 바로 자리를 박차고 해봤고 이제 그 후기를 써보겠다, 방금 그렇게 내린 라떼를 다 먹기도 했거든^^
목차
전지,탈지분유로 환원유 만드는 법, 맛과 향
분유 1에 따뜻한 물 8을 타서 9를 만든 후 잘 섞으면 된다고 한다. 아무래도 부피는 가루 vs 액체이니깐 무게로 재는게 좋을 듯 하고,
그래서 집에 있던 전지분유(서울우유꺼, 이거다)에 56그램에 정수기물 448그램을 준비했다.
원래는 50그램에 400그램 이렇게 해서 대략 500ml 쯤 만들려고 했는데, 저울 위에서 붙다 보니깐 분유가 좀 더 들어가서 그렇게 되었다.
정수기물 448그램은 전자레인지에서 데웠다. 대략 1분 데우면 20도 정도 올라가는 듯 하다. 아무튼 그래서 물온도는 50도~70도 사이로 하라고 하는데, 55도로 했다.
그렇게 섞으면 의외로 정말 잘 섞인다. 물에 바로 전지분유 붙자마자 젓지도 않았는데 벌써 뽀얗게 되고, 거기서 저어주면 진짜 겉모습은 완전 우유처럼 된다, 향도 그 우유향과는 다른 분유의 그 맛있는 향 있지? 그게 확 나고, 겉보기로는 진짜 우유보다 더 우유같다, 전지분유가 약간 노르스름한 색이잖아? 근데 그게 물에 섞이면 신기하게도 완전 우유보다 더 우유같은 새하얀 색이 된다.
그렇게 해서 금방 잘 섞이길래, 섞은 후 먹어봤는데, 역시 그냥 우유보단 훨씬 맛은 없지만, 그래도 음, 환원유나, 환원우유네 그래 뭐 이정도면 대충 그럭저럭 뭐 이런 느낌이랄까. 우유 없고 집에 전지분유만 있으면 만드는거 어렵지도 않으니 만들어서 먹을 정도 수준의 우유는 된다.
(참고로 그냥 전지분유나 탈지분유 커피에 막바로 그 분유가루를 타드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정말 맛 없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면 커피의 성분 때문에 잘 안섞이고 덩어리가 지기 때문이다. 냄새는 완전 맛있는 냄새지만 그래서 우유맛은 거의 안나실거다. 특히 그냥 분유가루만 넣으면 잘 안섞이기 때문에, 나처럼 환원유를 만들든지, 환원유 만들어서 스팀우유까지 만들든지, 그렇게 해서 넣으시는게 그나마 사람이 먹을만해지실거다.)
환원유로 스팀우유 만들어서 라떼 먹어본 결과, 가능하긴 하다
간혹 보면 환원유로는 스팀우유 안쳐진다는 얘기들이 있는데, 그건 아마 스팀우유 치는 스킬이 미숙하신 분들이어서 그럴거다.
(나는 뭐 엄청 잘나서 스팀 완전 잘친다 그런게 아니라, 그냥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에 자동라떼기능 달려있는거 있잖아, 우유통에 우유 넣고 꽂으면 그냥 자동으로 스팀우유 만들어지는거 내가 손 안대도, 그걸로 하니깐 그냥 만들어져서 하는 얘기다.)
내가 해본 결과, 난 그냥 커피머신에 있는 자동스팀우유기능 이용했는데, 스팀이 쳐지긴 한다.
다만 평소 그냥 우유로 할때보다 스팀우유 밀도도 그렇고, 우유거품 양도 그렇고 한 절반 정도의 밀도, 절반 정도의 우유거품양, 절반 정도의 맛, 그정도이다.
이렇게 띡한 느낌의 두텁고 밀도있는 우유거품은 안나온다는 것.
물론 이정도 거품은 사실 거품 많은 편은 아니라서, 이정도는 나올것도 같긴 한데, 아무튼 내가 평소보다 만들던 우유거품보단 확실히 덜했다.
이 정도 우유거품은, 이렇게 불투명한 컵에 담기면 우유거품 깊이를 가늠할 수 없으니깐, 환원유로 만들어도 이정도 비주얼은 나온다고 보면 된다.
사실 스팀우유는 저지방 우유로 하든 고지방우유로 하든 잘 쳐진다, 고지방우유로 하는게 맛은 약간 더 있겠지만 스팀 자체는 고지방이든 저지방이든 둘다 잘 쳐지는데,
환원유로 하면 절반 정도밖에 안쳐진다. 확실히 알 수 있는건, 우유로 스팀쳐서 에스프레소 내리면, 그 에스프레소 들어간 구멍 2개가 또렷이 남아 있는데, 마치 겨울에 눈왔을때 쌓여있는 눈 내가 두 손가락으로 찔러본 것처럼 그렇게 자리가 오래도록 남아 있는데
환원유로 만든 스팀우유는 그 구멍이 금방 사라진다. 동그랗게 갈색 에스프레소 들어간 자리가 금방 흐지부지 된다고 표현할 수 있다.
라떼 다 먹고 나면 밑에 약간 남는 우유거품 양도 절반 정도인 것 같고.
아무튼 그렇다. 맛도 평소 라떼 맛보다 절반 정도밖에 안나고.
결론은 집에 우유 없고 전지분유만 있다, 그러면 환원유 만들어서 라떼 만들만은 하다. 별로 힘들지 않고 시간도 별로 안걸린다 워낙 금방 우유랑 전지분유랑 섞여서.
다만 퀄리티가 좀 떨어지는 건 감안해야 한다.
주의사항과 추가 고려할점
일단, 뭐든 섞게 되면 최소한 6시간 이상은 휴지를 시켜야 뭐든 완전히 잘 섞인다, 베이킹 같은거 새로운 요리 같은거 많이 시도해본 분들은 알지.
그런데 나는 그냥 바로 분유랑 물이랑 섞자마자 바로 스팀우유 만들어 버린거라서, 그 텀이 1분도 안걸렸을거다 그러니깐, 6시간 정도 냉장고에서 휴지시킨 후 스팀우유 만들면 더 맛있을 순 있다. 아니면 나는 원래 라떼에 설탕 안넣는데, 설탕 넣으면 좀 부족한 맛을 보충할 수 있을지도.
(추가후기: 일단 환원유로 만들면 거기서 다시 풀리지는 않기 때문에, 스팀우유로 라떼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었다가 6시간 정도 지난 후에 먹으면 좀 더 맛있어진다. 확실히 6시간의 마법이란건 있는 듯.)
그리고 평소 라떼 만들땐 냉장고의 차가운 우유를 이용했었는데, 이번엔 갓 만든, 그래서 뜨뜻함과 뜨거움의 중간 정도의 온도인 50도 정도의 환원유를 사용하다보니깐, 결과물인 라떼의 온도가 평소보다 꽤 뜨거웠다, 차가운 우유로 만들어도 스팀온도때문에 꽤 뜨거워지는데, 이번엔 아예 50도 정도의 우유를 쓴거니깐, 그러니 평소처럼 라떼 만들자마자 훅 들이키시거나, 머그잔 두손으로 꼬옥 잡으면 좀 뜨거워서 놀라실 수 있다.
내가 추가로 말하고 싶었던 건 이 2가지 정도이다. 어쨋든 환원유 만들줄 알면, 한번만 해보면 워낙 간단하기에 만들줄 아시는 거다, 또 하나의 무기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집에 전지분유나 탈지분유 있는 분들은 꼭 해보시라. 이것저것 고려해보면, 탈지분유도 크게 차이 안나게 스팀 잘 쳐질 듯 보인다, 애초에 우유지방이 의외로 그렇게 별로 티가 잘 안나거든 이런거 결과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