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스닥이 2퍼센트 가량 떨어졌다. 3일 연속으로 떨어진거 같은데, 파월 브루킹스 연설 글에서도 썼었지만, 내가 그때도 미국증시 너무 오버슈팅하는거 아니냐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꼴랑 그날 하루만 오르고 바로 다음날부터 다시 나락으로 가는 중.
음, 그래도 한 이틀은 오버슈팅할 줄 알았는데 하루만 오버슈팅할 줄이야… 확실히 요즘은 과거보다 증시상황이 훨씬 빠르게 바뀌는 듯 하다.
아무튼 오늘도 그래서 3일? 4일 연속으로 내렸는데, 이유를 현재 블룸버그에서는 골드만삭스 CEO의 불경기 경고가 촉발했다고 보고 있고,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는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해 시장이 재해석한거다 라고 보고 있고, 또 무역수지 적자 발표 때문에 그렇다고 보는 곳도 있고, 아무튼 정확한 이유는 항상 모른다.
근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비행장 두 곳을 공격했다는 뉴스도 있었거든? 내가 보기엔 다른 것들과 함께 이것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가 싶다.
왜냐면 그 비행장 중 한 곳이 러시아가 전략폭격기를 운영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거든. 여기서 전략폭격기라 함은 장거리 핵투발이 가능한 폭격기를 의미한다. 보통 무기에 “전략”이란 단어가 들어가면 핵무기를 뜻하는 거다.
그래서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의 전략핵투발수단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타격을 받았다는 거다. 이러면 핵전쟁 가능성이 이전과 비교해서 훨씬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거거든.
이유를 보자.
러시아의 가장 최근의 핵 독트린을 참고해 보겠다. 링크
태국 소재 러시아 대사관에서 비공식적이란 단서를 달고 영문으로 번역해서 올려놓은 자료가 있다. 해당 자료에서 Use of the Armed Forces, other troops and bodies, their main tasks in peacetime, during the immediate threat of aggression and war 라는 제목 아래 27번 문단에 보면 러시아의 가장 최근의 핵 독트린이 쓰여 있다. 2014년판 현재 가장 최신 업데이트판이다. 다만 핵 독트린 문장 자체는 2010년판이랑 비교해도 달라진건 없는 듯 하다.
아무튼 보면 아래처럼 쓰여 있다. 참고로 이 독트린은 푸틴에 의해 승인되었다는 언급도 문서 맨 첫부분에 있다.
27. The Russian Federation reserves the right to use nuclear weapons in response to use against it and (or) its allies of nuclear and other weapons of mass destruction, as well as in the case of aggression against the Russian Federation with the use of conventional weapons, when under threat the very existence of the state. The decision to use nuclear weapons is taken President of the Russian Federation.
대략 해석하면,
러시아 연방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핵무기를 사용할 권리를 가진다. 러시아 혹은 그 동맹국에 대해 핵무기 내지 대량살상무기 공격이 가해졌을 때. 그리고 러시아 연방에 재래식 무기 공격이 가해졌더라도 러시아 연방의 존립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준일때. 핵무기 사용 판단은 러시아 연방의 대통령에 의해 내려진다.
이렇게 되어 있다. 즉 러시아나 그 동맹국들에게 핵무기 내지 대량살상무기 공격이 이루어질 경우 러시아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여기까진 문제가 없다.
그 다음 문장에선 러시아에 대한 재래식 무기 공격이 가해졌더라도(동맹국에 대한 언급은 여기선 없다.) 그것이 러시아 연방의 존립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면 또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바로 이 문장이 문제다.
우크라이나가 공격한 곳이 다소 오래된, 물론 그래도 아직 현역인 TU-95만 있는 것도 아니고 TU-160 즉 하얀 백조라고 불리는 러시아의 최신 전략폭격기까지 주둔하고 있는 곳이고 그곳이 사실상 유일한 러시아의 제대로된 전략폭격기 운용 가능한 군사공항이라고 하니깐.
즉 러시아의 전략핵전력 수행능력을 우크라이나가 공격해서 타격을 입혔다는 것이다. 이정도면 러시아에서 맘만 먹으면 국가의 존립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도 얼마든지 해석할 수 있는 거거든.
실제로 러시아 대변인이 미국 방송사랑 몇달전 인터뷰할 때도 아마도 CNN이었지 싶은데, 재래식 공격이라도 러시아의 존립이 위태해지면 핵무기 사용할 수 있다, 예컨대 러시아의 핵수행능력이 타격을 받는다든지 등 이라고 언급한 적도 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도 러시아 연방의 존립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재래식 공격이 뭐가 있을 것 같은가, 그 중국보다도 땅덩이가 두배가 넓은데 인구수는 중국의 1/10에 불과한 대부분의 국토가 텅텅 빈 러시아한테 말이다, 전략핵무기 시설 공격이나 원자력발전소 공격, 크렘린궁에 대한 대대적인 폭격 그 정도뿐이 없다.
그리고 사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사일 한두발? 정도로 그냥 몇분만에도 끝낼 수 있는 전쟁이거든 만약 러시아가 핵을 사용할 마음을 먹는다면 말이지.
요즘 핵미사일은 단순히 한발이 떨어지는게 아니고 미사일 한발에 수십개의 핵탄두를 탑재해서 한 국가의 모든 군사적 요충지를 단 한발의 미사일로 모두 타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그 수십개의 핵탄두 한발한발의 위력만 따로 보더라도 일본에 떨어졌던 히로시마 원폭보다도 위력이 더 클수도 있다. 77년이 흘렀으니 그간의 기술발전을 감안하면 말이지.)
이래서 핵미사일이 무서운거. 대한민국 군사력이 세계 수위권이라고 하지만, 사실 러시아 같은 핵보유국한테는 미사일 한두발 짜리 국가 정도밖에 안되는거다. 우리나란 영토도 좁으니깐 사실 러시아한테는 한발 꺼리조차도 안될꺼다.
참고로 이런 다탄두 핵미사일은 현재 미국과 러시아 단 두 곳만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핵무기를 보유중이지만 아직 투발수단 기술이 러시아나 미국처럼 최첨단은 아니고, 영국이나 프랑스는 굳이 그돈 들여서 개발하려고 하고 있지 않고.
참고로 중국 러시아 미국 영국 프랑스 이 다섯 나라가 공식적으로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이 5개국이 2차 세계대전 승전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5개 국가만 현재 UN상임이사국인 것.
아무튼 그렇다. 물론 골드만삭스 CEO가 나와서 어두운 얘기 한것도 그렇고, 브루킹스 연구소 파월 연설에 시장이 너무 그 하루에 오버슈팅한 것도 있고 그런 요인들과 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핵전력 기지 공격도 같이 영향을 준 것 같고, 그래서 오늘 나스닥도 그리고 나스닥 떨어질 때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던 다우지수도 오늘 이런 여러가지 이유들 때문에 큰폭으로 떨어진 듯 하다.
참고로 그냥 내 생각이니 너무 맹신하진 마시고, 오늘은 러시아의 전략핵무기 수행능력이 타격을 받았는데도 그에 비해서 아무도 이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아서 그냥 끄적여본 것. 설마 러시아의 핵 독트린 내용을 사람들이 잘들 몰라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냥 한번 글 작성해 보았다.